강북 문화

강북문화대학 시낭송 강의, [최대남 시인,시낭송가]님의 '어머니와 쑥 버무리' 낭송입니다. 반주연주자[이영웅, 대구예술대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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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문화관광콘텐츠TV 작성일21-07-09 00:00 조회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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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쑥버무리

최대남

사는 일이 버거워 지치고 힘든 날
자존심에 상처 입고
짐승처럼 울부짖고 싶은 날
사람인 것이 미안해
너무 미안해
고열에 시달리는 날
그런 날은
밤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고싶다
어두움도 풀섶도 낯익은
논둑길을 걸어
칠 빗겨진 낡은 청대문 앞에서면
나는 이미 작아져버린 어린아이
"엄니~~엄니~~"부르면
대답보다 먼저 데구르르 맨발로 굴러나와
"아이고 내새끼"
황새처럼 활짝 날개를 펴고 품에 안으시던 내 어머니
매캐한 그을음내와
된장간장 김치냄새
오묘하게 섞여
구수한 향이나던
어머니의 품은 식지않는
가마솥 같았지
왜 왔는지 묻지도
말하지 않아도
어머니는 사철 냉동실에
들어있는 쑥을 꺼내
쑥버무리를 해주셨다
한보시기 물김치와
갓쪄낸 쑥버무리는
사느라고 허기진 영혼은
금새 포동포동 살이찌는
마법의 풀잎이였다
"어여 먹어라"
"어여 먹어라"
타향살이에 허기지면
더 서글프니라

소태같은 입맛은 거짓이되어
쑥버무리 꾹꾹 뭉쳐
한그릇 먹고나면
끄윽~~~~
내장을 타고 내려가던
숨 죽였던 삶의 슬픔 덩어리

언 땅 속에서
모진 추위를 견디고
이른 봄 햇살의 손을 잡고
세상에 나오는 쑥
이 땅의 농축된 초목 향이 베인 풀잎 쑥을 보라
그는 영험한
신비의 약초이다

무섭고 험준한 그옛날 보릿고개도 무사히 넘게 해주고
배앓이를 감쪽같이 낫게하는
따듯한 할머니 손길이고
허한 심장에 더운 피를
돌게하는
강력한 신의 힘이 들어있다
쑥은 세월이 지나도
현대인의 불안이나
마음 아픔까지 구석구석
쓰다듬어주는 영험한 신비의 약초이다

사나운 짐승들에게
물어 뜯긴 것 같은
고통스런 날일수록
쑥버무리 한덩이 먹고싶다
언제라도 건네주시던
어머니의 쑥버무리

오로지 참고 견디며
자식들 품어주시던
어머니는 이땅의 쑥
쑥의 진한 향내를 지닌 분

그런 어머니
어머니는
지금은 내곁에
아니 계시지만

해마다 봄이면
향그러운 쑥으로
다시 돋아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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